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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토피아(2016)를 보았다


2016년 4월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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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숨결이 사브작 곁으로 다가와 하나가 된다. 반려 동물은 그 자체로 참 신비한 경험이다. 주민등록번호 없는 회원가입도 귀찮아하는 내가 온갖 성가신 의무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간보듯 슥하고 스쳐 지나가는 귀여움조차도 행복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비글도 견뎌내지 못했던 우리 가족이 또다른 반려동물을 지금까지 바랐던 이유가 뭐겠나. 주토피아의 인기도 그래서 설명이 된다.

참 지랄맞았던 그녀석처럼 동물들이 커다란 동공을 들이밀고 앞발을 모르면 심즉사라도 할 것 같다. 하지만 애교가 전부는 아니다. 제목이 시사하듯 영화의 배경은 동물원의 여러 종(种)들이 공존하는 유토피아다. 류(類), 족(族), 과(科)가 제각기인 동물들이 화합을 향해 나아간다. 내가 반려동물과 치뤘던 귀찮은 방어전들과 영화는 무척 닮았다. 둘 다 아주 다른 생명과 한 식구가 되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물론 디즈니 동화가 늘 그렇듯 현실과는 차이가 있는 꿈속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게 원해도 우리 집엔 이제 더이상 반려동물이 없다. 생각해보면 유난했던 녀석의 사나움이 우울증의 초기증세였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서 반항심을 더 키워갔을 녀석의 심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하기만 할뿐이다. 힘들고 귀찮은 차이점들을 극복하고 어떤 생명이든 어떤 사람이든 나와의 교집합이 된다는 건 대단하고 멋진 일이다. 주토피아는 더불어 살기를 강변하는 아주 근사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