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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7T19:44:41.333Z

영화 곡성(2016)을 보았다


2016년 6월, 현충일에 쓴 글입니다

영화 곡성 스틸컷 - indiewire영화 곡성 스틸컷 - indiewire

누구나 그럴싸한 변명을 갖고 있다. 한번 크게 놀라기 전까지는. 고속도로에서 황달로 죽어가던 내 동생을 살린 건 면허도 없는 어떤 돌팔이 할아비였다. 황당무계한 그 침술이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그 순간 모든걸 체념해 버렸을 거다. 물론 민간 요법 따위에 과학적 근거는 없다. 믿는다기 보다는 믿고 싶은 것이다. 2016년의 모든 무당과 초자연현상은 그런식으로 존재한다.

안타깝게도 한국 영화계에서 학생부군신위(1993) 이후로 한국 토속 종교를 진지하게 다룬 영화는 많지 않았다. 박수건달 같은 몇 편의 기획상업영화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참으로 오랜만이다. "곡성"은 한국의 무당과 귀신이 등장하는 장르영화다. 나홍진표 영화 답게 문화적 디테일보다는 호러 특유의 작법에 더 충실한 편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정체성을 묶어둘 상징적인 쇠말뚝이 마침내 다시 나타난 셈이다. 잘 꾸며진 장르적인 쾌감이 설득력을 더한다. 무당으로 분한 황정민이 눈을 부릅뜨고 칼을 휘날리면 가슴이 진짜로 저밋하다. 오멘(1976) 에서 사탄의 환생인 꼬마가 눈을 부라리는 장면에서, "그 팀장새끼는 진짜로 살아있는 사탄이 맞았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장면에서는 기독교적인 상징을 과감하게 우리의 토속적 상징과 동일한 위치에 배치해 놓기도 하는데 거의 내안에 숨어있는 국뽕기질이 부활할뻔 했다. 오랜만에 면면이 거침없고 살떨리는 국산 공포영화다. 아 그리고 마침 오늘이 현충일이기도 한데, 우리의 전통을 우습게 보면 크게 혼쭐이 날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