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영화 탈의(밀로스 포먼, 1971)를 보았다


2014년 10월에 쓴 글입니다.

영화 탈의 스틸컷 - MUBI

생각이 많이 서툴렀다. 금강제화 구두를 신고 도루코 전기 면도기를 쓸 나이가 되면 절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어디 어른 되기가 쉬운줄 아나. 스마트폰 없이 잠자리에 일찍 들어야되는 건 기본이다. 집세는 제손으로 내야 되고 과제가 힘든 것을 징징댈 수도 없다. 영화 탈의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명망있어 보이는 부모에게조차 녹록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부모가 오디션을 위해 가출한 딸을 찾아나서는데, 옆집 안주인의 수다와 술자리에 푹 빠져 무려 딸을 잊어버리고 만다. 어른이라는 권위는 왜소한 몸에 걸쳐놓은 엑스라지 셔츠처럼 흘러내려 버린다. 과연 체코에서 프라하의 봄을 겪은 감독 답다고나 할까.

어린왕자 이승환이 아니라도 어느 어른에게나 아이 같은 면은 있기 마련이다. 이는 "내가 왕년에~"로 시작하는 허세를 무시해도 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징징대지 못하고 속으로 삭힌 어른들을 어르고 달래줄 필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이가 적건 많건 삶의 빡빡한 부분은 매한가지다. 이젠 좀 봐줄때가 됐다. 결국 어른은 아이의 미래니까 말이다. 내가 애어른으로 남아있어도 된다는 뜻은 물론 아닌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