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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 이야기(2019)를 보았다


2019년 12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 결혼이야기 스틸컷 - IMDB
영화 결혼이야기 스틸컷 - IMDB

속도는 위치의 변화를 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어떤 물체의 빠르기를 구하는 일은 지금까지 온 거리를 재고 손목시계를 한 번 들여다 보는 만큼이나 간단하다. 사랑도 물리학처럼 명쾌하면 좋겠다. 서로가 가진 사랑과 관심의 물리량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혹은 얼마나 지나쳤는지 알 수 있다면 고통스러운 이별을 조금은 더 쉽게 피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영화는 마치 잘못된 공식을 검산해 나가는 과정처럼 어느 부부의 공과 실을 늘어놓는다.

그렇게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비교적 느리고 조용한 음악과 함께 담담히 담아낸 영화다.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휘몰아치는 현악이 아니라 비포 선셋의 한창 사랑중인 커플을 그린 것 같은 선율이다. 잘못한것만 보면 둘다 모질이기는 마찬가지지만, 막상 부부는 아이를 두고 멀어지는 와중에도 사랑의 제스쳐를 취한다. 상대를 놔주지 않을 것처럼 꼭 껴안기도 하고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서로의 눈두덩을 바라보기도 한다. 둘 다 서로에게 죽일놈이었고, 사랑이 정량에 한참 모자랐지만 여전히 둘은 사랑하고 존중한다. 사랑은 물리학이 아니라 답답하지만, 논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의미있는 것이라고 강변하는 영화다.

둘의 이혼이 법적 절차를 밟으면서 사랑은 도통 말이 되지 않는 허점 투성이라는 것이 더 강렬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모든 것이 마무리될 때 양쪽은 더욱 아파하고 괴로워한다. 무한의 값에 살짝 스친 정수처럼 말이다. 사랑은 나눗셈으로 쪼개고 뺄셈으로 줄일 수 없다. 게다가 속력을 가지지 않았는데도 속력을 가진 물체보다 아프다. 너도나도 돌싱인 요즘 이혼가정이 뭐가 대수겠냐만 나도 부모가 결별한 가정이다보니 마음이 많이 동한다.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싹쓸이 했다는게 어쩌면 그런 마음의 상처를 지닌 사람이 제법 된다는 얘기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