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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2016)를 보았다


2018년 9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스틸컷, 출처: Guardian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스틸컷, 출처: Guardian

상처로 느끼는 고통이 가장 혹독한 고통은 아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Идиот에 나오는 말이다. 청년 미쉬낀Мышкинъ이 주인공인데, 너무나도 선량해서 남의 일에도 강렬한 죄책감을 느낀다. 어느정도냐면 발작을 일으켜 순간적으로 바보가 될 정도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 만든 캐릭터 같다고? 꼭 그렇지도 않다.

극도의 죄책감을 마주하면 누구나 순간 멍텅구리가 되어버린다.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속 이야기다. 미국 뉴햄프셔, 맨체스터에는 주인공이 원래 살던 집이 있다. 제목처럼 바닷가에서 약 한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집값이 싸며 살기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대략 영화 나이트메어Nightmare on Elm street의 프레디 크루거가 굳이 왜 이 동네를 헤집고 다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말만 들으면 천국 같지만 주인공은 맨체스터에 돌아올 때마다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술집에서 아무에게나 싸움을 걸고 돌연 집 창문을 깨기도 한다. 증상이 다를 뿐, 병명은 미쉬낀과 같은 '죄책감'이다. 케이시 애플렉의 호소력 있는 연기가 기분을 더욱 쌔하게 만든다.

기억은 아플수록 오래도록 남아서 사람을 고통속에 헤메이게 한다. 내 가족에게도 가슴 안을 돌아다니는 작은 바늘이 있다. 이제는 구체적인 정황도 기억나지 않는 오래전의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가족들은 명절만 되면 물이 들어간 장난감처럼 갑자기 어디 한구석이 고장나 버린다. 모일수록 괴롭고 이야기 할수록 아프다. 그래서 올 추석도 귀향길은 없다. 알던 친구는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가족이니까. 나는 모르겠다,고 한다. 어쩌면 내가 이미 고장나 버려서 그런거 같기도 하다. 맨체스터에 플리머스라는 아름다운 해안가가 근처에 있는 것처럼, 우리 추석도 달이 참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