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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미제라블(2012)을 보았다


2012년 12월에 쓴 글입니다

영화 레미제라블 스틸컷 출처:reelclub.wordpress.com
영화 레미제라블 스틸컷 출처:reelclub.wordpress.com

마지막 남은 한 덩이의 모닝빵이다. 혹은 과자봉지 밑에 있는 마지막 치토스 한 조각이거나. 가장 나누기 싫은 것들은 항상 그렇게 별볼일 없는 것들이다. 이젠 가진 것이 없다는 생각에 작아지는 양심은 한없이 비참하고 천박하다(miserable). 원작 레미제라블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이유다. 제목이 말하듯 가진 것이 없어 비천한 지경으로 욕심쟁이가 된 시민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여관주인은 같은 소시민의 주머니를 털어 먹고산다. 죽어가는 아이를 위해 빵을 훔친 장발장은 20년의 감옥살이를 해야한다. 저마다 자기가 제일 가난하다는 생각에 양심과 관용은 영원히 제자리를 찾지 못할 것만 같다. 단 한 사람의 너그러운 마음씨가 장발장을 바꿔놓기 전까지는 말이다. 가렴주구에서 혁명으로 이어지는 시대의 흐름을 가공의 드라마 속에 녹여낸 점도 대단하지만, 가난한 이들의 삶이 왜 진정 비천한가를 명확히 포착해냈다. 지금도 변치않는 고전인 이유이며 동명의 영화와 뮤지컬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뮤지컬 영화로서의 레미제라블은 웅장하다. 바스티유의 거대한 코끼리조각상은 실제 모조품을 지어 촬영하였으며, 혁명 당시의 전투 또한 CG를 통하여 한눈에 담는 조감도 형식으로 보여준다. 뮤지컬 특유의 재잘거리는 발성이 조금 신경쓰이지만 노래 역시도 흥겹다. 뉴욕평론가상을 수상하는 등 평론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빼빼마르고 수척해진 휴 잭맨과 앤 해서웨이의 모습도 색다른 볼거리다. 무엇보다도 고생이라곤 모를 것 같은 마초남 휴잭맨의 눈에 눈물이 계속 그렁그렁하다. 나같이 욕심많은 놈은 어떻게 살라고 뭐가 그렇게 미안하고 죄스러운건지. 그저 빵 한 덩이의 죄일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