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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고무비(2014)를 보았다


2014년 6월에 쓴 글입니다

영화 레고 무비 포스터 - The Times
영화 레고 무비 포스터 - The Times

웃고는 있지만 무심한듯 늘 같은 표정이다. 그깟 레고 피규어 주제에 모두 알기나 하는 것처럼. 규격만 같다면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 있다는 걸. 덴마크에서 만들어진 이 유명한 장난감은 브릭에 관계 없이 돌기의 지름이 항상 5mm다. 그래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지만, 모든 게 실은 같은 물건이라는 뜻도 된다. 영화 속 레고세계의 주민은 물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반복과 질서가 오히려 미덕이다. 전체주의를 연상시키는 무리에서 주인공만이 예외다. 영화 초반에 함께 군무를 추면서 거대한 세계의 부품이라는 사실에 행복해 하다가도, 자신이 특별하다는 암시를 받은 후에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홈에 알맞는 크기의 돌기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 자신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의 숙적은 매뉴얼대로 조립되는 세상을 원한다. 주인공은 이에 맞서 마음대로 조립될 권리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레고무비는 여러모로 아동완구 홍보영화답지 않게 신중하다. 블럭으로 꾸민 애니메이션은 아기자기하고, 아이덴티티와 개성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부분은 은근히 사색적이다. 자기 추억만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이기주의자에게는 더 공감할게 많았던 것 같다. 못가지면 죽을 것 같았지만 결국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 첫사랑이나, 온갖 좋고 나쁜 기억들을 가지고도 이제는 고작 주차장이 되어버린 반지하 옛집을 생각할 때. 추억들은 블럭처럼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 있는 사람과 장소로 되어있을 뿐이었고 짧은 순간 내 표정도 레고 피규어와 별로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