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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2014)를 보았다


2014년 11월에 쓴 글입니다.

영화 인터스텔라 스틸컷 - time.com
영화 인터스텔라 스틸컷 - time.com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 할 수만 있다면 우주로 떠나고 싶었던 이유 말이다. 왜 우리 부모님은 별거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는지. 왜 인중에는 여드름이 나는지. 왜 친구들은 나를 경멸하듯이 봐야 했는지. 내 사춘기는 혼란스러운 질문으로 가득했다. 우주는 매력적인 도피처로 다가왔다. 별들은 끊임없이 정해진 궤도를 돌 뿐이다. 더 가까워지는 일 없이. 그러나 서로를 더 상처입히는 일도 없이. 중학생이었던 내가 인터스텔라를 봤으면 좋았을텐데. 크리스토퍼 놀란의 이번 신작은 우주라는 지극히 외로운 공간을 배경으로 가족, 우정, 사랑과 신뢰에 초점을 맞춘다. 주인공은 가족을 위해 우주로 떠나고, 또 우주에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멀어지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혹성에서 마주한 미증유의 자연환경에도 굴하지 않았던 이유 또한, 사랑하는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다는 믿음 하나 때문이다. 영화에는 하드코어 SF와 휴먼 드라마의 요소가 함께 섞여있다. 덕분에 저마다 엇갈린 평론을 내놓고 있는 문제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한때 온정이 필요했고, 우주덕후이기도 했던 내게는 좀 뜻깊은 영화였다.

세상은 정해진 궤도를 돈다. 나와 행복이 다시 마주할 때까지의 공전주기는 영원에 수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어떤가. 멀리서 보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마음 속에 희망을 품은 누군가에겐 꽤 모험할만한 공간이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설령 우주비행사가 아니고, 그곳이 우주가 아니라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