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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7T19:48:11.819Z

영화 아가씨(2016)를 보았다


2016년 7월에 쓴 글입니다

영화 아가씨 스틸컷 - 뉴욕타임즈영화 아가씨 스틸컷 - 뉴욕타임즈

컴퍼스의 다리를 최대한 넓게 벌려 원을 그려본다. 팔이 닿는 지름의 크기를 '아량'이라고 하고서 말이다. 더 넓히고 넓혀도 결국은 언제나 같은 중심에서 시작되는 동심원이다. 내 세계는 좁기만 하고 타인의 속사정은 늘 알것 같으면서도 아리송하다. 참 단순해 보이는 사람도 조금만 깊게 알게 되면 머리를 긁적이게 된다. 멀게만 느껴지는 여자들도 그렇고, 게이와 레즈 혹은 퀴어는 말할 필요도 없다. 좋은 의도로 웃으며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엔 "이건 그냥 알량한 동정심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건 그래서다.

각자의 세계가 포개지면서 마찰음이 일어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아가씨는 레즈비언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배경까지도 전근대에 가까운 일제강점기다. 시점도 챕터마다 바뀐다. 영화속의 레즈비언들이 꿈꾸는 새로운 땅은 제3의 성이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면서, 결국 다양한 층위의 관점이 빚어내는 오해들로부터 자유로운 땅이기도 하다. 영화 내내 각자의 제한된 시선에서만 그려졌던 성의 결합은 마지막 장면에서 모두를 함께 굽어보는 부감샷으로 다시 그려진다. 평등과 자유는 2016년 한국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가치다. 지역과 성별, 학벌간 다툼으로 어지러운 상황이니 말이다. 드넓은 세계를 다 껴안을 수 있을 정도로 넓게 팔을 벌려서 외치고 싶다. 다들 싸우지 말고 오버워치나 하면서 평화롭게 지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