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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았다


2014년 6월에 쓴 글입니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스틸컷 - rogerebert.com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스틸컷 - rogerebert.com

옷을 만지지 않아도 된다. 성적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어떤 자세로 있어도 항상 귀엽고 예쁠거란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속눈썹이 긴 합성수지 인형으로 살아가는 것도 꽤 좋은 인생이다. 아니면 웨스 앤더슨의 피사체가 되던가. 그가 메가폰을 잡을때면 줄곧 유지되온 전통이 하나 있다. 외곬수 감독은 카메라의 앞에 항상 빛이 왜곡되는 렌즈를 놔둔다.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다른 애너모픽 렌즈를 통과하면서 촬영장은 마치 미니어쳐처럼 정교하고 귀여운 모습이 된다. 얼굴에 난 잡티나 어른들의 잔주름조차 말이다.

인생의 우울하고 가장 쓴맛나는 시기를 묘사할때도 마찬가지다. 존경하는 멘토가 민족주의자들에게 총살을 당할때나, 가진 것 없는 망명자가 귀족 호텔에 첫 발을 디딜때조차도. 믿을 수 없지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수만명이 죽어간 세계대전의 상처를 호텔이란 이야기에 담은 영화다. 애너모픽과 아기자기한 소품이 만들어낸 착시에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다 문득 깨닫게된다. 귀여운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이 다른점은 빛이 들어오는 비율일 뿐이다. 그런 사소한 차이로 종종 우리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가장 추한 장면으로 오해한다. 기대했던 성적을 받지 못해서 머리를 긁고 있어도. 원하던 '좋아요'를 받지 못해서 쭈그리고 앉아있어도. 상관없다. 결국 애너모픽으로 들여다보면, 그건 그런대로 꽤 귀여운 모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