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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1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를 보았다


2018년 3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 time.com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 time.com

세상 모두를 좋아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비참한 기분으로 살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아주 조금만 문을 열어놓는다. 나에게 매몰차게 굴지 않을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는 작디 작은 너비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어른들이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선 수많은 비밀번호가 필요하지만, 귀여운 묘생들과 꼬맹이들에게만은 예외다. 별다른 계산 없이 누구든 친구로 대해주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의 변두리 국도에는 누구의 마음이든 활짝 열어 젖히는 꼬맹이들이 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프로젝트(project)라고 부르는 미국의 빈민촌이 배경이다. 이웃들은 하나같이 돈이 없고 뚜렷한 직장도 기술도 없다. 그래서 누추한 곳인데도 모두들 오래 버티지 못하고 쫓겨난다. 관리자는 집세를 독촉하지만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한 주에 수입이 100달러도 안되는 사람들이다 세상에나) 당장 길에 나앉아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뭐가 신나는지 그저 웃는다. 상스럽고 별 뜻없는 말에도 웃음이 터진다. 온통 사고를 쳐서 엄마들의 속이 타들어 가기는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본심은 언제나 사랑과 관심인 걸 엄마들도 알고 있다. 때문에 대체로 꾸지람 정도로 넘어간다. 카메라 역시도 아이들의 보폭에 맞추어 차분히 걸을 뿐이다.

감독의 전작인 탠저린과 큰 차이가 없다. 영화는 병든 순수함을 날것으로 포착한다. 빈민가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낯선 첫인상인데 따지고 보면 나나 내가 아는 누군가의 어릴적 순수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빈민가에서는 "씨발"이란 말이나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상스러운 표현을 동반할 수는 있다. 하지만 본질은 주변에 있기에 무작정 사랑하고 관심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 뿐이다. 그것이 분명한 이유는 돈이나 장난감이 없다고, 혹은 집이 작다고 울지 않던 어린이들이, 정들었던 이웃과 헤어지는 순간에는 세상에서 제일 슬프고 억울한 표정을 짓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어리석고 정신력이 나약한가. 언제는 어른이라 다 큰척 했다가 언제는 남들을 못믿겠다고 징징대기 일쑤다. 그냥 아무나 별뜻없이 좋아하면 안되는건가. 아 물론 그렇다고 탕수육 부먹하는 사람도 상대해 준다곤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