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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2014)을 보았다


2015년 4월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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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다. 신경이 쓰이는데. 3년전에 산 맨투맨은 보풀이 뭉텅이다. 바지는 봉제선이 군데군데 뜯어져있다. 나만 당당하면 된다고 굳게 맘을 먹어보기도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패션피플이 아니라도 말이다. 남의 눈치를 신경쓰며 한껏 낮아진 자존감으로 현관문을 밀어젖힌다. 영화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의 주인공들에겐 한가한 고민이다. 옷처럼 갈아입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다문화 캠퍼스에 거주하는 등장인물들은 타고난 피부색 때문에 고민한다. 드러난 피부색보다 다양한 생각들 때문이다. 흑인 학생은 대통령 연설문을 읊고 싶어하지만 학생회장이 되려면 랩가사를 읊어야 할 운명이다. 백인 학생들은 힙합파티에 심취해있다. 게다가 이들을 취재하는 학보사 기자는 흑인의 몸에 백인의 생각을 가진 동성애자다. 다들 자신에 대해 고민하지만 타인이 정의하는 나는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나랄까.

어떤 등장인물은 유튜브 구독수를 늘리기 위해서 억지로 더 흑인스러운 말들을 내뱉기도한다. 남말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유튜브, 바인, 페이스북에 인종 스테레오타입에 관한 영상들이 범람하는 시대다. 슬픈 이야기지만 때깔은 꽤 정성들여 꾸며놓은 티가 난다. 무려 모카신에 패피룩을 입고 하버드 영어를 쓰는 흑인이 주인공이다. 인디그룹 브금하며, 정지된 배우를 와이드샷으로 잡아낸 극도의 미장센은 마치 웨스 앤더슨이 미술감독을 맡은 스파이크 리 영화 같다. 한참동안 넋놓고 바라볼만한 풍광이다. 나도 겉보기나 추종하는 얼빠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그냥 가끔씩 눈을 감아버리자고 마음만 먹을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