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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투비블루 - 로버트 부드로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영화 리뷰 재탕입니다


은빛 마천루 사이를 깊숙히 들어가면 가락이 들려온다. 좁은 골목 어귀에 놓인 "버드랜드"라는 식당이다. 검정색 차양도 두르고 재즈의 구슬픈 곡조에 어울리는 외견을 하고 있는 이곳이 찰리파커가 말하길, "재즈의 중심"이다. 위대한 재즈뮤지션 쳇 베이커가 데뷔한 무대이고, 영화의 "우울해지기 위해 태어났다(born to be blue)"는 제목에 걸맞는 모양새다.



"본투비블루"는 쌉싸름한 자전영화다. 마약 중독은 기본이고 각종 드라마에 둘러쌓여 살았던 쳇 베이커가 주인공이다. 혼란했던 쳇의 정신세계를 느껴보라는 듯 뒤죽박죽이었던 인간관계의 면면을 콜라주로 뭉쳐놓았다. 연대기를 파악하는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외롭고 어수룩한 쳇의 모습이 오히려 현현하게 다가온다.



딕은 쳇 주변의 매니저들과 음반사를 한 데 뭉쳐놓은 인물인데 사려깊고 절친한 친구였다가도 무정한 사업가처럼 움직이기도 한다. 제인은 쳇 주변의 서로 다른 여성들을 한데 엮어놓은 인물인데, 쳇과 제인의 사랑은 모두 다른 사람이었음에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그려진다. 실제로는 모두 다른 환경이었고 다른 사람들이었는데도 말이다.



쳇의 마음은 "버드랜드"의 데뷔 무대에 오른 순간부터 변한 적이 없던 것이다. 여성을 향한 것이든, 재즈를 향한 것이든. "본투비 블루"는 뭐 그런, 항구적인 사랑과 우울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아주 아주 많은 맥주와 프렛첼이 필요한 영화다. 특히 나같은 쫄보가 감당하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