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영화 배트맨(1982), 배트맨 리턴즈(1992)를 보았다


2016년 8월에 쓴 글입니다

영화 배트맨 리턴즈 포스터 - IMDB
영화 배트맨 리턴즈 포스터 - IMDB

붐비는 홍대입구 9번 출구에서도 나를 찾을 수 있다. 튀는 옷에 새까만 피부, 그리고 턱밑에 커다란 점 하나. 비틀고 짜고 할퀴어도 없어지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온 내 몸의 기형. 고민이 많았던 사춘기에는 병원에도 갔었다. 어느 정도 큰 점은 납작해지긴 해도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내 인생의 가장 치열한 라이벌은 저렴한 문신방에서 새긴 3만원짜리 헤나같은 모습으로 여전히 잘만 살아있다. 위에 보기싫은 털도 자란다. 썬크림을 좀 세게 발라도 참으로 진한 흔적이다.

자기의 몸에 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나말고도 있다. 기형을 가진 캐릭터들이 넘쳐나는 프랜차이즈가 바로 배트맨이다. 나같은 사람이 보라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중에서도 팀버튼의 테이스트가 가미된 배트맨 2부작은 한발짝 더 나아간다. 조커는 늘어난 입가를 하얀 분칠로 감추고, 펭귄맨은 손가락이 세 개 밖에 없고 생선을 먹는 자기 모습이 부끄러워 하수도를 나서지 않는다. 반대로 아무런 장애가 없는 브루스 웨인과 셀리나 카일은 각각 배트맨과 캣우먼의 가면을 쓰고나서야 살아있는 캐릭터가 된다. 셀리나 카일은 예쁘긴해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던 비서 캐릭터인데, 고무타이즈를 입으면 덤블링을하고 빌런에게 전기고문까지 한다. 고담시티에서는 온통 기괴하고 이상한 놈들이 치고박는 복마전이 벌어진다. 그러면서도 모두들 자기 몸에 대해서 부끄러워하고 감추려한다.

학창시절 왕따였던 팀버튼도 남들을 피해 자신을 숨겨야 했다. 피규어를 수집하고 음침한 테이스트를 가진 것 때문에 놀림을 받던 십대 소년은 자신의 우울을 고담 시티의 어둠에 투사한다. 그래서 팀버튼표 배트맨에서 신체적 결손의 뜻은 다른 슈퍼 히어로물과 좀 다르다. 단순한 신체적 능력의 향상보다는 사회적 인장에 좀더 가깝다. 캐릭터들은 무시무시한 힘과 지능을 가졌지만 부끄럽고 감추어야 할 것들 투성이다.

한편 어른이 된 팀버튼의 입장은 또 다르다. 배트맨(1989) 을 찍기 전, 팀 버튼은 비틀쥬스(1988) 로 귀신과 해골이 난무하는 자기의 세계를 마음껏 드러내고 관객과 평론가로부터 호평을 받는다. 한껏 자신감을 얻은 팀버튼은 디텍티브코믹스(DC)역사상 가장 대중적인 프랜차이즈를 기형적으로 비틀어서 '이거 한번 봐봐라'하는 투로 자신만만하게 내놓는다. 팀버튼이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개성은 그다지 숨길 필요가 없다는 거다. 맞는 말인가보다. 나도 어렸을 때 점이 싫었다. 그리고 취업과 재취업을 거쳐 다시 취준생이 된 지금은 어떻게든 점 만큼이라도 눈에 띄는 사람이 되기 위해 용을 쓰는 중이다. 숫자로 된 어학점수 사이에서 튀는 존재가 되기란 참 힘든 일인듯하다. 점은 어쩌면 실낱같았던 내 개성의 전부였던건지도 모른다.